1. 미얀마, 바간 (2) 2016.06.01
  2.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며 (2) 2016.05.27
  3. 봄, 바람 (4) 2016.05.25
  4. 이승환 - 10억 광년의 신호 2016.05.15
  5. 봄날의 밤 (4) 2016.04.25


이름도 잊어버린 어느 가파른 사원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천년 전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다르지 아니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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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바라봄 2016.06.02 22:34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와아 :-) 정말 근사한 풍경이네요.
    어쩜 저렇게 무지개까지!
    천년이란 시간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 위소보루 2016.06.05 23:57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날이 좋다 안좋다를 반복하더니 어느샌가 무지개가 떠있더라구요 무지개가 없더라도 평야의 녹음 사이사이로 오랜시간을 견뎌낸 붉은 사원의 모습만으로도 좋았답니다.

      저 풍경은 천년 전에도 그랬을테고 지금도 그랬겠지만, 사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같지 않았을까 싶은 풍경이었답니다.

올해 초 별 생각없이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다가 예전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 "담론"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강의"를 제법 재미있게 읽은터라 자연스레 책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뉴스거리를 보던 중 신영복 선생께서 타계하셨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아직도 가르침을 받아야할 많은 학생들을 뒤로 하고 일찍 유명을 다하신 것은 어찌보면 오랜시간 옥중고초를 겪으셨기에 그 그릇이 알게 모르게 많이 상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담론"을 다 읽고나서는 자연스레 신영복 선생님에 대하여 잊어가고 있을 무렵, 중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한국 국적기의 경우 법이 바뀌어 이착륙에 상관없이 비행기모드의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마침 이번길에는 기내에서 핸드폰 사용이 여전히 법적으로 금지된 중국 국적사의 비행기였기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자 공항 내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들러 책을 둘러보던 중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서간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 눈에 들어왔다. 출간순으로 보자면 이 책이 가장 일찍 나왔겠으나 내 손에 들어온 것은 가장 마지막이었다. 


이전의 두 책이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였다면 이 책은 그의 일기이자 세월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20여년의 긴 옥살이동안 쓰여진 그의 글 속에서는 그의 고뇌와 가족에 대한 걱정과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그 글쓰기의 흡입력 또한 대단했으나 한글자도 놓치기 싫어 천천히 그 내용을 되새김질하면서 읽어나갔다. 


예전과는 달리 글읽기에 무척이나 게을러져 출장을 다녀오고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다 보지는 못하였으나, 글을 조금씩 읽어나갈때마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의 세월을 같이 살아감에 따라 보여지는 선생님의 글쓰기가 눈에 들어왔다. 단단하면서도 모나지 않되, 유하면서도 휘지 않은 자신만의 작풍에서 지나간 세월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힘든 시간을 이겨왔을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236~237p) 

"복잡한 표현과 관념적 사고를 내심 즐기며, 그것이 상위의 것이라 여기던 오만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조야한 비어를 배우고 주워섬김으로써 마치 군중관점을 얻은 듯, 자신의 관념성을 개조한 듯 착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쪽을 절충하여 '중간은 정당하다'는 논리 속에 한동안 안주하다가 중간의 '가공의 자리' 이며 방관이며, 기회주의이며, 다른 형태의 방황임을 소스라쳐 깨닫고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던 기억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개인이 자기의 언어를 얻고, 자기의 작풍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방황과 표류의 역정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방황 그 자체가 이것을 성취시켜 주는 것은 아니며, 방황의 길이가 성취의 높이로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최종적으로는 어딘가의 '땅'에 자신을 세우고 뿌리내림으로써 비로소 이룩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문득 나의 생활의 밀도가 매우 희박함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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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인 2016.05.28 20:5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쓴 글의 모범을 선생님께서 보여주고 가신 것 같습니다.

    • 위소보루 2016.05.31 22:32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네 저에겐 글이란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귀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다 읽어가고 있지만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저는 여전히 배울것이 많고 여전히 부족하구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을 읽다가 문득 여인님의 글과 어딘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월의 봄날, 바람의 소리>


봄날의 바람 속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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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바라봄 2016.05.25 23:10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오월의 바람 속에서 어떤 것들을 보셨을지 궁금해집니다 :-)

    • 위소보루 2016.05.27 21:10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분명 지나간 올해의 어느날 느꼈을 감정이었겠지만 마치 처음같았다고 해야 하나요.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이 만들어낸 그늘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에 '아, 나는 이런 풍경을 무척 좋아했었지' 라는 생각과, 새삼스런 오월의 냄새와 그 생기에 새삼스런 감사함, 무언지 기억나지 않을법한 소소했던 고마움 같은 무언가들이었을 거에요.

  2. 여인 2016.05.26 18:2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다른나라의 골목인 것 같습니다. 골목 끝에서 뭔가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 봄이 골목 저쪽으로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5월의 바람은 흔들리는 나무그늘 속에서 시원한 듯 합니다.

    • 위소보루 2016.05.27 21:13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예리하시네요 출장차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중국의 가로수들은 항상 밑둥을 저렇게 하얀색으로 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남경에도 그랬었고 어딜가나 흰색으로 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벌레가 좀먹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얼핏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의 일상은 도심의 건물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들이라 거래처와 미팅을 끝내고 나와 이 풍경을 맞이하는 순간이 무척 설렜습니다.


#1

이승환의 오랜만의 신곡. 여전한 그. 


#2

지금에서야 학창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고등학교 시절 씨디피에서 항상 돌아가던 이승환의 발라드 베스트 앨범은 그 당시의 내 감수성을 절반 정도를 담당하지 않았나 싶다.  


#3

단 하나의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보냈던 송신자의 그 신호는 받는 사람이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만개의 마음과 구천구백아흔아홉개의 오해가 생겨난다. 그 진심이라는 신호가 상대방에게 전해지기는데에 10억 광년의 시간은 어찌보면 매우 짧은 찰나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조용한 흔들림 속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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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바라봄 2016.04.26 08:07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아 이게 얼마만이에요T.Y
    진짜 진짜 기다린거 아시죠?
    이곳에서 다시 뵈니 온 마음 가득 반가움 이에요 :D
    사진 두장과 짧은 글귀지만, 여전히 좋아요.

    • 위소보루 2016.04.28 22:30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오랜만이에요 흰돌고래님
      저도 오랜만에 글을 쓰니 글을 쓰는게 어색하고, 아직까진 공간조차 낯선 느낌이 드네요 생각해보니 그간 사진도 그다지 많이 찍지 못했네요

      뭐 그래도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 반가워요 :)

  2. 여인 2016.05.26 18:23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사진에서 봄날 저녁 바람이 묻어납니다.

    • 위소보루 2016.05.27 21:17 신고 address / modify or delete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어느 중간에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붉은 동백을 보러. 산의 나무들은 제 색을 다 찾아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동백만은 제 색 이상으로의 붉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러니했던건 선운사 뒷편의 동백은 오래된 것이라 그 색이 선홍색이 아니라 좀 더 어두웠으며, 길가의 어린 동백들이 되려 빠알간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 윗 사진들을 찍은 장소가 그날 선운사로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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